보령 충청수영성, 대천브루어리 그리고 대천해수욕장
낚시 성지 오천항, 그리고 충청수영성
대천에 괜찮은 브루어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오천항이 있다길래 잠시 들러 가기로 했다. 조용한 시골 항구일 거라 예상했는데, 도착해 보니 완전 딴판이다. 항구 주변에 낚시용품점이 즐비하고 낚시하는 분들도 엄청나게 많다. 알고 보니 여기가 서해안 낚시의 성지인가 보다.

오천항 바로 위에는 충청수영성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는 최고 사령부 역할을 했다는데, 성곽 위로 올라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지는 게, 바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돌로 된 아치형 문이다. 투박하면서도 귀여운 맛이 있다.

수영성에서 바라본 서해의 일몰
성곽에서 바라본 바다 뷰는 정말 명당이다. 항구에는 어선들이 빼곡하고 활기가 넘친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영보정이라는 정자가 나타난다. 처마 끝의 곡선이 아름다워 토리를 모델로 세우고 한 컷 남겼다.

그런데 성벽 밑 절벽 아래 바다를 보니 물고기 떼가 죽어서 둥둥 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떼죽음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마침 도착한 시간이 일몰 시간대였다. 일출은 동해, 일몰은 서해라더니 정말 장관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조선시대 이곳에 근무하던 수군들도 이 일몰을 보며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아니면 그들에게는 그저 지겨운 직장의 퇴근 시간이었을까?

힙한 감성, 대천 브루어리
수영성을 뒤로하고 애초의 목적지인 대천 브루어리로 향했다. 저녁 시간대였지만 주차 공간은 널널해서 편했다.

이곳은 직접 수제 맥주를 양조해서 판매한다. 맥주 관련 굿즈들도 꽤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브루어리’하면 떠오르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느낌이 아니라, 야자수가 어우러진 따뜻한 노란색 톤이다. 힙하면서도 아늑하다. 가운데는 바(Bar) 형태로 되어 있어 마주 보고 한잔하기 좋은 구조다.

시그니처 맥주를 주문했다. 나는 운전병(?)이라 어쩔 수 없이 논알콜을 시켰는데… 아니, 컵에 따라주는 게 아니라 캔을 따서 부어준다? (헐) 그래도 대천 브루어리 라벨이 붙은 캔이라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맛은 훌륭했으니까.

안주로 시킨 피자. 간단히 요기나 하려고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푸짐하고 퀄리티가 좋았다. 피자 맛집 인정.

대천 해수욕장의 반전
배부르게 먹고 그냥 가기 아쉬워 대천 해수욕장에 잠시 들렀다. 그런데… 여긴 어디? 내가 알던 그 대천이 맞나?
해수욕장 주변으로 젊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조개구이 식당들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손님도 엄청나게 많다. 예전에 기억하던 한적한 대천이 아니다. 새삼 격세지감이랄까,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토리랑 가볍게 해변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천, 생각보다 먹을 것도 많고 즐길 거리도 넘쳐난다. 다음엔 제대로 준비해서 차박하러 다시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