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살 생각병에 걸리다
배당주 살 생각병(病)
노후 연금을 만들기 위해 배당주를 모으기 시작한 이후로, 삶에 묘한 변화가 생겼다. 이름하여 “배당주 살 생각병”.
최근 집안 정리를 대대적으로 감행했다. 당근마켓에 안 쓰는 물건들을 3천 원짜리부터 20만 원짜리까지 닥치는 대로 올렸다. 다행히 상태 좋은 물건들이라 금방 새 주인을 찾아갔다. 그렇게 챙긴 꽁돈이 대략 50만 원.
보통 같으면 가족들과 고기를 사 먹거나 생활비로 썼을 돈이다. 하지만 이 ‘병’에 걸린 나는 그 돈으로 배당주를 샀다. 무려 45주나! 조금씩 늘어나는 주식 수를 보며 “이게 다 우리 노후에 도움이 될 거야"라며 뿌듯해했지만, 문득 현타가 찾아왔다. 45주,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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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삶을 즐기지도 못하고 모으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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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까지 모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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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목표 월 300만 원, 언제 달성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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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월 300만 원으로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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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돈만 생기면 기계적으로 배당주만 살 것인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잠시 멈춰 서서 내 노후 자금 모으기 프로젝트를 중간 점검해 보기로 했다.
현재 자금 상황 (중간 점검)
과거 블로그 수익화의 원대한 꿈은 접었다. (아프지만 망한 블로그임을 인정한다.) 대신 내 개인 기록용으로 남기기엔 이만한 공간이 없다.
현재 우리 부부의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는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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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예금 20%, 금리형 ETF 12%, 나머지 배당주/성장주 ETF 및 채권 소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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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DC형 퇴직연금, IRP, 연금저축, ISA (각 부부 합산 운용)

현재 마이너스인 종목도 있고 분할 매수 중이라 완벽한 배당 포트폴리오는 아니지만, 올해 예상 배당금은 1,000만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간 투자 투입금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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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 연금저축: 1,8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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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 상여금 + 보너스: 1,2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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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연 3,000만 원 (Max)
여기에 배당금 재투자(1,000만 원)를 합치면, 연간 총 4,000만 원이 투자금으로 들어간다.
노후 자금 시뮬레이션
행복 회로를 돌려보자. 가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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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D: 연 수익률 5%, 배당률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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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Q: 연 수익률 9%, 배당률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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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 4%

Scenario A: 현재 금융자산 3억 원 가정 매년 3천만 원을 투입하고 배당금을 재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2033년에는 총 평가액이 10억 원이 된다. 오, 10억!

Scenario B: 현재 금융자산 5억 원 가정 만약 시드머니가 좀 더 커서 5억으로 시작한다면, 2033년에는 13.7억 원이 된다.

[최종 목표: 월 현금 흐름] 2033년 시점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배당률 5%로 맞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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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배당금: 5,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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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령액(세후 예상): 약 375만 원
이 정도면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하며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관건은 초기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인데…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월세로 갈까? 차도 팔고 뚜벅이로? 아니면 국세청 눈 피해서 부모님께 1.9억씩 빌려볼까? (농담이다.)
결론: 너무 무리하게 모으지 말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얻은 결론은 하나다.
“투자하기로 계획한 금액(연 3,000만 원) 이외의 돈은 현재를 위해 쓰자.”
지금처럼만 꾸준히 모아도 노후에 굶어 죽지는 않는다. 풍족하진 않아도 사는 데 지장 없을 것이다. 당근마켓에서 번 푼돈으로 배당주 몇 주 더 산다고 은퇴가 1년 앞당겨지거나, 노후 월급이 드라마틱하게 100만 원씩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좀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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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었던 캠핑용품도 사고 (무이자 할부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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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된 전자레인지도 요즘 유행하는 멀티 쿠커로 바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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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좀 바꾸자 (테슬라 중고 할부라도…)
대신, 꾸준함은 유지하자. 다른 급등주나 ETF로 사팔사팔(사고팔고) 하지 말고, 지금까지 수많은 유튜브와 자료를 보며 고민해서 내린 나의 선택을 믿고 가보자. (물론 ETF 트렌드 점검은 필수)
내년이나 먼 훗날 이 글을 다시 봤을 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뻘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