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20세기 소년
20세기 소년: 내가 오타쿠라 놀렸던 그 세계를 보게 되다니
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 만화, 20세기 소년이 영화화되었다. 총 3부작이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제작되었는데, 이번에 그 서막을 알리는 1부가 개봉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21세기 소년까지
원작 만화는 “20세기 소년"이라는 타이틀로 총 24권까지 발매되었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작가가 만화를 연재하는 도중에 실제 시간이 20세기를 넘겨버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완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21세기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상/하 권(총 2권)이 추가로 발매되었다.
나는 아직 <21세기 소년> 2권은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뽕(?)이 차오르면, <20세기 소년>부터 정주행 한 뒤에 마저 읽을 계획이다.
기억 속의 검지 손가락
사실 내 기억 속의 이 만화는 희미하다. 3권 정도까지 읽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 남은 이미지라고는 ‘검지 손가락 하나를 치켜드는 그 기이한 포즈’ 뿐이다. 내용은 기억 안 나고 그 상징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원작을 전권 독파한 마눌님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와 만화책의 싱크로율이 거의 완벽하다고 한다. 내용 전개나 캐릭터 묘사가 원작을 충실히 따라갔다는 평이다.
일본 특유의 비장미, 그리고 ‘친구’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그 오글거리는 비장미랄까? 등장인물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일렬횡대’**로 걸어오는 장면에서는 “아… 너무 일본스럽다” 싶어 심기가 살짝 불편해지기도 했다.
문득 예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마눌님이 만화 동아리 후배들을 만날 때였다. 그들이 서로 왼손 검지를 치켜들고 “친구~” 라고 외치며 교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외쳤었다.
‘으악! 오타쿠다!!’
그런데 그 기괴하다고 생각했던 손짓이 영화로 나오고, 심지어 내가 극장에 앉아서 그 영화를 보고 있다니. 사람 일은, 아니 ‘친구’의 일은 정말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