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훈련 화생방

성남 민방위, 화생방 실습의 추억(?)

성남 민방위 훈련장에 갔더니 교관님이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이곳은 전국에 단 4곳밖에 없는 화생방 실습 장소를 갖춘 곳입니다.”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제대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다시 그 매운맛(CS탄)을 보고 눈물 콧물 쏟아야 하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가스~ 가스~ 가스~**의 아련한 추억.

하지만 다행히도(혹은 아쉽게도?) 가스실 체험이 아니라 방독면 착용 실습이었다. 훈련장에 준비된 건 군용이 아닌, 지하철역 등에 비치된 민수용 방독면이었다. 위급 상황 시 지하철 보관함 유리를 깨고 먼저 집는 사람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는 그 물건이다.

30대 아저씨들의 날카로운 ‘팩트 폭격’

실습이 시작되자, 사회생활에 찌든(?) 혹은 실무 감각이 절정에 오른 30대 민방위 대원들의 날카로운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1. “포장 뜯다가 죽겠습니다.”

지적: 필터(정화통)가 방독면 본체와 분리되어 은박 포장지 안에 따로 동봉되어 있다.

현실 반응: “아니, 지금 가스 터져서 숨넘어가기 직전인데, 이거 필터 포장 뜯고, 뚜껑 따고, 돌려서 끼우고… 그러다 다 죽으라는 겁니까? 미리 껴두면 안 됩니까?”

2. “앞뒤가 똑같은… 아니, 헷갈리는 필터”

지적: 급해 죽겠는데 필터를 끼우는 방향이 직관적이지 않다.

현실 반응: “나사선이 한쪽만 있든가, 앞뒤 구분이 확실해야지. 처음 써보는 시민들이 당황해서 거꾸로 돌리면 안 들어갈 텐데, UX(사용자 경험) 설계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3. “안경잡이는 서러워서 살겠나”

지적: 안경을 쓴 상태에서는 방독면 밀착이 안 되거나 착용 자체가 어렵다.

현실 반응: “요즘 국민 절반이 안경 쓰는데, 안경 위에 덮어쓰기 편하게 고안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렌즈 낄 시간도 없는데…”


결론: 불만인가, 통찰인가?

교관님도 당황하게 만든 이 지적들을 들으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인가, 아니면 실무를 하며 비효율을 참지 못하게 된 **K-직장인들의 짬바(Vibe)**인가.

웃으면서 들었지만, 곱씹어 볼수록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실제 상황은 훈련보다 훨씬 급박할 텐데, 포장 뜯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자 여러분, 우리 깐깐한 아저씨들의 목소리 좀 반영해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