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일이 끝나다

폭풍 같았던 두 달,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작년 연말부터였나. 예상치도 못한 일이 터지면서 두 달 가까이 마음 편히 쉬어본 기억이 없다. 온 신경이 한곳으로 쏠려 있으니, 몸은 비어 있어도 정신은 늘 무언가에 묶여 있는 기분이었다.

전공 분야도 아니었다. 처음 마주했을 땐 막막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손대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어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별수 있나. 닥치는 대로 자료를 뒤졌고, 어떻게든 돌아가는 판을 읽으려 애썼다.

거의 20일 동안은 ChatGPT와 Gemini를 붙들고 살았다. 자료조사만 주구장창 하다 보니 어렴풋이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생각보다 해볼 만한데?” 싶어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그 찰나, 문득 더닝 크루거 효과가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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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지금 ‘우매함의 봉우리’에 서 있구나. 무언가를 조금 알게 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그 얕은 지식이 나를 용감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너머의 거대한 무지를 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고생스러웠지만 분명 좋은 자양분은 되겠지.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하루 11시간씩 매달렸던 마지막 2주 동안은 뒷골이 땡기고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타이레놀 한 알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왜 이리 말똥말똥한 건지. 잠이라도 푹 자야 회복이 될 텐데, 억지로 감은 눈꺼풀 너머로 여전히 일들이 어른거렸다. 역시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는 걸 몸소 겪고 나서야 배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 농담이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좀 쉬어야겠다.